
AI 네트워크의 병목이 스위치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 광트랜시버를 지나 이제 레이저 칩을 만드는 인듐인화물 웨이퍼까지 왔다. 코히런트는 이 생산능력이 회사의 가장 큰 제약이라고 밝혔고, 루멘텀은 고출력 레이저와 EML 양쪽에서 수급 불균형이 크다고 했다. 스위치 점유율 순위표만 봐서는 보이지 않는 층이다.
엔비디아가 데이터센터 이더넷 스위치 시장에서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GPU 회사가 시스코와 아리스타가 20년간 지켜온 자리를 가져간 것이다. 그런데 이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아래에 있다. 지금 이 시장에서 실제로 모자란 물건은 스위치가 아니다.
1. 엔비디아 21.5%, 아리스타 20.7%
IDC 자료를 보면 2026년 1분기 전체 이더넷 스위치 시장은 154억 달러로 전년 대비 39.8% 늘었다. 이 가운데 데이터센터 부문이 100억 달러로 61% 성장했다. 나머지는 기업 캠퍼스와 지사망이다.
데이터센터 부문에서 엔비디아는 21억 달러, 전년 대비 192.7% 성장으로 매출 1위에 올랐다. 점유율 21.5%다. 2년 전 4% 미만이던 회사다.
| 2026년 1분기 | 데이터센터 점유율 | 비고 |
|---|---|---|
| 엔비디아 | 21.5% | 매출 21억 달러, 전년 대비 192.7% 성장 |
| 아리스타 | 20.7% | 전체 매출 22억 달러, 37.3% 성장 |
| 시스코 | — | 전체 이더넷 스위치 점유율 29.3%로 1위. 다만 대부분 데이터센터 밖 |
출처: IDC Quarterly Ethernet Switch Tracker, 2026년 6월 발표. 2026년 9월 10일 확인.
차이는 0.8%포인트다. 압도한 것이 아니라 막 앞선 것이다. 다만 방향은 분명하다. 2년 만에 4%에서 21.5%로 올라왔다.
올라온 방식이 기존과 다르다. 시스코와 아리스타는 네트워크 장비를 따로 팔아 자리를 잡았다. 엔비디아는 GPU와 스위치와 케이블과 소프트웨어를 한 묶음으로 판다. AI 클러스터에서는 GPU와 네트워크를 같이 설계해야 성능이 나오기 때문에, 구매도 같이 이뤄진다. 네트워크가 따로 사는 물건이 아니게 된 것이다.
엔비디아의 네트워킹 사업이 어떤 제품으로 구성되는지는 엔비디아의 7개 성장엔진에서 따로 정리했다.
2. 110억과 21억, 나란히 놓으면 안 되는 숫자
엔비디아는 2026 회계연도 네트워킹 매출이 310억 달러를 넘었고 4분기에만 110억 달러라고 밝혔다. 그런데 방금 IDC 집계에서는 같은 회사가 분기 21억 달러였다. 다섯 배 차이다.
| 숫자 | 무엇을 세는가 |
|---|---|
| 분기 110억 달러 엔비디아 실적 발표 | NVLink, 인피니밴드, 이더넷 스위치, 네트워크 카드, 케이블까지 전부 |
| 분기 21억 달러 IDC 시장 집계 | 데이터센터 이더넷 스위치 한 품목만 |
NVLink는 랙 안에서 GPU끼리 붙이는 연결이고, 인피니밴드는 클러스터를 묶는 다른 규격이다. 둘 다 이더넷 스위치가 아니라 IDC 집계에서 빠진다.
기사 두 개를 이어 붙일 때 이 차이를 놓치면 시장 규모가 다섯 배로 부풀려진다. 숫자를 인용할 때는 어느 범위인지를 같이 봐야 한다.
3. 스위치보다 먼저 모자란 것은 트랜시버다
스위치와 서버 사이는 광케이블로 잇는다. 케이블 양 끝에는 전기 신호를 빛으로 바꾸는 부품이 붙는다. 광트랜시버다.
AI 클러스터 규모가 커질수록 랙 사이를 잇는 고속 광연결 수요가 빠르게 늘어난다. IDC 집계에서 800G 스위치 하나가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의 35.8%를 차지한다는 것이 그 방증이다.
지금 이 시장은 800G에서 1.6T로 넘어가는 중이다. 만드는 쪽 실적에 바로 나타난다.
| 2026 회계연도 4분기 | 코히런트 | 루멘텀 |
|---|---|---|
| 분기 매출 | 20.5억 달러 (전년 대비 +34%) | 10.1억 달러 (전년 대비 +109%, Non-GAAP) |
| 데이터센터 부문 | 전년 대비 +59%, 전체 매출의 79% | 시스템 부문 3.57억 달러 (+123%) |
| 다음 분기 가이던스 | 22억~24억 달러 | 중간값 12.5억 달러 |
각사 2026년 8월 실적 발표 기준. 루멘텀 수치는 Non-GAAP. 2026년 9월 10일 확인.
루멘텀은 실적 발표에서 목표 재무모델에 계획보다 한 분기 이상 빨리 도달했다고 밝혔다. 200G급 EML이 전체 EML 매출의 25%를 넘어섰다는 설명도 함께 나왔다. 단가가 높은 제품으로 옮겨가는 중이라는 뜻이다.
숫자를 볼 때 주의할 점. 루멘텀의 같은 분기 GAAP 기준 순손익은 대규모 손실이다. 채무 상환과 관련한 일회성 비현금 손실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영업 흐름과는 성격이 다른 항목이지만, GAAP과 Non-GAAP 숫자가 크게 갈린다는 점은 알고 봐야 한다.
4. 진짜 병목은 레이저 웨이퍼였다
트랜시버 안에는 빛을 쏘는 레이저 칩이 들어간다. 이 칩은 실리콘이 아니라 인듐인화물이라는 재료로 만든다. 고속 구간에는 EML이라 부르는 종류가 쓰인다.

코히런트 경영진은 실적 발표에서 인듐인화물 생산능력이 회사의 가장 큰 제약이라고 말했다. 트랜시버 매출 성장을 막고 있는 것이 수요가 아니라 이 공정이라는 설명이다. 루멘텀도 고출력 레이저와 EML 양쪽에서 수급 불균형이 크다고 밝혔다.
공장을 지으면 되지 않느냐고 물을 수 있다. 인듐인화물은 사정이 다르다. 실리콘처럼 큰 웨이퍼를 쓰지 못했고, 오랫동안 3인치가 표준이었다.
두 회사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그 지점이다.

코히런트 — 미국 텍사스와 스웨덴 라인에서 6인치 인듐인화물로 전환 중이다. 4분기 레이저 생산량이 전년 대비 80% 늘었고, 사내 생산능력을 전년 대비 두 배로 늘리는 일정을 원래 계획보다 한 분기 앞당겼다. 6인치 라인의 수율이 3인치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루멘텀 — 일본에 있는 두 곳의 인듐인화물 웨이퍼 팹을 증설 중이다. 2026년 12월 분기까지 EML 출하량을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늘리겠다는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
이것이 이 층의 구조다. GPU가 나와도 트랜시버가 없으면 클러스터를 못 묶고, 트랜시버는 레이저 웨이퍼가 없으면 못 만든다. 병목이 한 칸 더 아래에 있다.
5. CPO는 이 구조를 바꿀 수 있나
지금 트랜시버는 스위치에 꽂았다 뺐다 하는 부품이다. 이것을 스위치 칩 옆에 아예 붙이자는 것이 CPO, 공동 패키징 광학이다.
엔비디아는 2025년 GTC에서 CPO를 적용한 스위치를 처음 공개했다. 당시 회사가 제시한 수치는 기존 방식 대비 전력 효율 3.5배, 네트워크 복원력 10배였다. 엔비디아 자체 비교치이고 독립 검증치가 아니다.
발표만으로는 실제 도입 여부를 알기 어렵다. 그런데 부품을 만드는 쪽 실적 발표에 신호가 나온다. 코히런트는 CPO 매출이 12월 분기부터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루멘텀은 CPO용 초고출력 레이저 수요가 늘고 있고 관련 모듈의 초도 주문을 받았다고 했다. 시연 단계에서 물량 단계로 넘어가는 중이라는 뜻이다.
CPO가 퍼지면 꽂았다 빼는 트랜시버 수요는 줄어들 수 있다. 다만 레이저는 사라지지 않는다. CPO 쪽 레이저는 오히려 요구 사양이 더 까다롭다. 부품 형태가 바뀌는 것이지 빛을 만드는 공정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6. 한국은 이 층의 어디에 있나
정리하면 광트랜시버와 레이저 칩 층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크지 않다. 트랜시버 상위권은 미국과 중국 업체가 나눠 갖고 있고, 인듐인화물 웨이퍼 팹은 일본과 미국, 스웨덴에 있다.
한국의 접점은 다른 곳이다. 스위치와 서버의 메인보드로 들어가는 고다층 인쇄회로기판이다.
| 이수페타시스 (연결) | 2026 상반기 | 2025 상반기 | 증감 |
|---|---|---|---|
| 매출액 | 7,201억 원 | 4,939억 원 | +46% |
| 영업이익 | 1,443억 원 | 898억 원 | +61% |
| 반기순이익 | 1,102억 원 | 697억 원 | +58% |
출처: 이수페타시스 반기보고서(2026.08.14), 전자공시시스템. 2026년 9월 10일 확인.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20.0%로 2025년 연간 18.8%보다 올라왔다. 2026년 6월 30일 기준 수주잔고는 6,222억 원이다.
이 회사가 이 글의 주제와 연결되는 지점은 회사가 직접 적어놓았다. 반기보고서 영업개황에 전방산업이 “AI 가속기·스위치·서버”라고 쓰여 있다. 가운데에 스위치가 들어가 있다.
확인되지 않은 것도 적어둔다
반기보고서에는 매출 비중 10%를 넘는 거래처가 한 곳 있고, 금액 2,886억 원, 비중 40.1%로 적혀 있다. 그런데 회사명은 ‘A사’로만 표기돼 있다. 회사가 밝힌 것은 주요 고객이 데이터센터·AI·통신장비 기업이라는 문장까지다. 시장에서는 특정 GPU 기업으로 거론되지만 공시로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 이 글에서도 단정하지 않는다.
확인 여부와 별개로 숫자는 남는다. 매출의 40%가 한 고객에서 나온다. 단일 고객 의존도가 높은 만큼, 해당 고객의 투자 속도가 둔화되면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성장률과 집중도를 같이 봐야 하는 이유다.
분기마다 확인하는 네 가지
① 코히런트가 인듐인화물 생산능력을 여전히 최대 제약으로 언급하는가, 아니면 표현이 바뀌는가
② 루멘텀의 EML 출하량 50% 성장 목표가 유지되는가
③ CPO 매출이 실제로 12월 분기부터 잡히는가
④ 이수페타시스 수주잔고와 단일 고객 비중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가
핵심 요약
하나. 엔비디아가 데이터센터 이더넷 스위치 1위가 됐다. 다만 점유율 21.5%로 아리스타 20.7%와 0.8%포인트 차다. 압도가 아니라 역전이다.
둘. 엔비디아 네트워킹 분기 110억 달러와 IDC 집계 21억 달러는 세는 범위가 다르다. 나란히 놓으면 안 된다.
셋. 병목은 스위치가 아니라 광트랜시버, 그 아래 인듐인화물 레이저다. 코히런트는 이 생산능력을 최대 제약으로 지목했고 6인치 전환으로 대응하고 있다.
넷. 한국의 접점은 광부품이 아니라 고다층 기판이다. 이수페타시스는 상반기 매출 7,201억·영업이익 1,443억을 냈고 단일 고객 비중이 40.1%다. 그 고객이 누구인지는 공시로 확인되지 않는다.

자주 묻는 질문
Q. 광트랜시버가 정확히 무엇인가요?
광케이블 양 끝에 붙어 전기 신호를 빛으로, 빛을 다시 전기로 바꾸는 부품입니다. 스위치나 서버 포트에 꽂아서 씁니다. AI 클러스터는 장비 사이를 광케이블로 잇기 때문에 클러스터가 커질수록 이 부품 수요가 함께 늘어납니다.
Q. 800G와 1.6T는 무슨 차이인가요?
한 포트가 초당 넘길 수 있는 데이터 양입니다. 1.6T가 800G의 두 배입니다. 루멘텀은 단가가 높은 1.6T와 200G급 EML 비중이 늘면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이는 해당 회사의 설명이며 업계 전체에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Q. 레이저가 부족하면 GPU 출하가 막히나요?
GPU 생산 자체가 막히지는 않습니다. 다만 GPU를 수만 개 묶어 클러스터로 만들려면 그만큼의 광연결이 필요합니다. 부품 수급이 늦으면 클러스터 가동 시점이 밀립니다.
Q. 이수페타시스의 고객이 엔비디아 맞나요?
반기보고서에는 ‘A사’로만 표기돼 공시로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회사는 주요 고객이 데이터센터·AI·통신장비 기업이라고만 밝혔습니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이름과 공시로 확인된 사실은 구분해서 보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Q. CPO가 나오면 트랜시버 회사는 손해인가요?
꽂았다 빼는 형태의 수요는 줄어들 수 있습니다. 다만 CPO에도 레이저는 필요하고 요구 사양은 오히려 더 높습니다. 실제로 코히런트와 루멘텀 모두 CPO를 새로운 매출원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실적·시장 수치는 2026년 9월 10일 확인 기준이며 이후 변동될 수 있습니다. 해외 기업 수치는 각사 실적 발표 기준이고, 제조사가 제시한 성능 비교치는 자체 발표로 독립 검증치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함께 보면 좋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