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10년의 인내, 보상은 나뉘고 있다(한국제조업)

SK하이닉스의 HBM 점유율은 2025년 1분기 69%에서 2026년 1분기 58%로 내려왔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13%에서 21%로, 마이크론은 18%에서 21%로 올라왔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매출 기준 집계다. 10년을 버텨 만든 압도적 1강 구도가 3사 경쟁 구도로 재편되는 중이다.

이 편에서 다루는 건 “HBM이 왜 대단한가”가 아니다. 그건 이미 충분히 쓰였다. 여기서 볼 것은 인내의 보상이 지금 어떻게 나뉘고 있는가, 그리고 허브에서 세운 세 지표를 수주잔고가 존재하지 않는 산업에 어떻게 대입하는가다.

이 글에서 확인하는 것

· 2009년 착수, 2013년 표준 채택, 2015년 상업 실패. 그리고 2023년의 반전

· HBM 점유율 69% → 58%. 무엇이 빠져나갔고 어디로 갔나

· 범용 D램이 HBM보다 비싸진 역전 현상의 의미

· 메모리엔 공시 수주잔고가 없다. 대신 무엇을 보는가

2013년에 만든 물건이 2023년에 팔렸다

HBM은 하이닉스가 혼자 만들자고 한 물건이 아니다. SK하이닉스는 2009년 TSV 기반 고성능 메모리 개발을 본격화했고, 이후 AMD와 공동 개발을 진행했다. 일부 HBM 개발사 보도에서는 AMD의 요청이 2009년 개발을 본격화한 계기로 소개된다. 2013년 10월 JEDEC 표준 JESD235로 채택됐고, 그해 12월 HBM1이 공개됐다. 기존 GDDR5보다 대역폭이 훨씬 넓고 전력은 덜 먹는 제품이었다.

그리고 팔리지 않았다. 2015년 6월 AMD 라데온 퓨리에 처음 실렸지만 시장 반응은 미지근했다. 수율이 낮았고 단가가 높았다. 고객이 요구하는 사양에 맞춰 만들어야 하는 맞춤형 제품이라 물량이 나오지 않았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1년까지도 HBM은 전체 D램 비트 수요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 사이에도 개발은 이어졌다. 2019년 HBM2E, 2021년 10월 HBM3 세계 최초 개발. 2022년 엔비디아 H100에 실렸고, 2023년 생성형 AI가 확산되면서 수요가 한꺼번에 열렸다. 착수에서 회수까지 14년, 표준 채택 시점부터 세도 10년이다.

주의해서 읽을 부분 — 이 시기 삼성전자가 HBM 개발 우선순위를 뒤로 미뤘다는 서술이 언론과 칼럼에 자주 등장한다. 다만 회사가 공식 발표한 내용은 아니다. 이 글에서는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언론 서술로 분류한다.

보상은 이미 나뉘기 시작했다

여기서부터가 대부분의 글이 다루지 않는 구간이다. SK하이닉스의 HBM 매출 점유율은 2025년 1분기 69%까지 올라갔지만, 이후 경쟁사의 점유율 확대가 본격화됐다.

HBM 매출 점유율25년 1Q25년 3Q26년 1Q
SK하이닉스69%56%58%
삼성전자13%23%21%
마이크론18%21%21%

출처: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메모리 트래커, 매출액 기준. 반올림으로 합이 100%가 되지 않을 수 있음. 2026년 8월 확인.

읽는 법이 중요하다. SK하이닉스는 여전히 1위이고 58%는 압도적인 숫자다. 다만 69%와 58%는 성격이 다르다. 앞쪽은 사실상 1강 구도이고 뒤쪽은 3사 경쟁 구도다. 고객 입장에서 두 번째 공급처가 실제로 얼마나 존재하느냐의 차이이고, 그 차이는 가격 협상력에서 바로 드러난다.

그리고 2026년 2월, 삼성전자가 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7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HBM4 양산 공급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앞서 있던 쪽이 이번 세대에서는 뒤에 출발한 셈이다. 마이크론도 HBM4 매출 10억 달러를 넘겼다고 발표했다.

더 이상한 일 — 서버 D램 수익성이 HBM을 추월했다

SK하이닉스의 2026년 2분기 영업이익률은 76%였다. 분기 사상 최고다. 그런데 영업이익 60조 5,426억 원은 시장 전망치 64조 원을 밑돌았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도 기대에 못 미친 것이다.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수익성 역전이다. HBM 증설에 생산 능력이 우선 배정되면서 범용 D램을 만들 여력이 줄었고, 그 결과 범용 D램 가격이 HBM보다 가파르게 올랐다. 트렌드포스 분석에서는 2026년 1분기 서버용 DDR5 64GB RDIMM의 웨이퍼당 매출과 수익성이 HBM을 넘어섰다. 10년을 참아 만든 제품보다 아무도 참지 않은 제품의 마진이 더 좋아지는 구간이 생긴 것이다.

트렌드포스는 전체 D램 시장에서 HBM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2025년 23%에서 2026년 16%로 낮아질 것으로 봤다. HBM이 부진해서가 아니라 나머지가 더 빨리 커져서 생기는 하락이다. 전망치이므로 확정으로 읽으면 안 된다.

Hoonyspot의 해석 — HBM 점유율만 보고 이 산업을 판단하면 절반을 놓친다. 지금 메모리 3사의 실적을 움직이는 건 HBM 단독이 아니라 HBM이 만들어낸 범용 D램의 공급 부족이다. 인내의 보상은 HBM 자체보다 그 옆 라인에서 나오고 있다.

세 지표를 반도체에 대입하면

허브에서 세운 지표는 수주잔고·리드타임·신규 수주였다. 문제가 하나 있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는 조선·전력기기처럼 공시된 수주잔고를 핵심 산업지표로 쓰지 않는다. 계약서에 잔고가 쌓이기보다 재고를 만들어 파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대체 지표를 찾아야 한다.

지표반도체 대체 지표현재 값
① 수주잔고장기공급계약(LTA)SK하이닉스, 10여 곳과 협상 마무리
② 리드타임신규 팹 가동까지 걸리는 시간평택 P5·용인 Y1 의미 있는 증산은 2028년 상반기 전망
③ 출하 강도월간 반도체 수출액2026년 7월 410.1억 달러, 전년 대비 178.8% 증가

①은 수요 가시성이 높아졌다는 점이 핵심이다. 기존 메모리 시장도 계약가격 거래 비중이 컸지만, 최근에는 빅테크 고객과 다년 LTA·선수금 계약까지 확대되면서 앞을 내다보기가 이전보다 쉬워졌다. 다만 계약 조건이 공개되지 않아 금액으로 셀 수 없다는 한계는 분명하다. 그래서 건수와 기간으로만 읽는다.

②는 2편의 변압기와 정확히 같은 구조다. 수요가 폭발해도 공급은 즉시 못 늘린다. 팹을 짓고 장비를 넣고 수율을 잡는 데 몇 년이 걸리고, 그 사이 신규 생산 능력은 HBM에 우선 배정된다. 2028년 상반기라는 시점은 증권사 추정이므로 확정이 아니다.

③은 이 산업에서 매달 빠르게 공개되는 공식 수출 지표다. 산업통상부가 매월 1일 발표하고, 개별 기업 실적보다 한 달 빠르게 나온다. 다만 통관 기준 잠정치이므로 이후 일부 수치가 수정될 수 있고, 신규 주문이 아니라 실제 출하와 가격 변화를 함께 반영한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반대편 숫자

좋은 숫자만 늘어놓으면 이 시리즈의 의미가 없다. 같은 자료에서 확인되는 반대편은 이렇다.

첫째, 중국이 올라오고 있다. CXMT의 D램 매출 점유율은 2025년 1분기 3%에서 2026년 1분기 8%로 늘었다. 최선단 공정에서 당장 위협적이지는 않다는 평가가 많지만, 한국 업체가 HBM과 서버용 D램에 생산 능력을 몰아주는 사이 범용 구간에서 자리를 넓히고 있다.

둘째, 이번 세대의 첫 양산 타이틀은 삼성전자가 가져갔다. HBM4 세계 최초 양산 출하 발표는 삼성전자가 먼저 했다. 첫 출하가 곧 매출·수율·점유율 전체의 선두를 뜻하지는 않지만, HBM3E에서 벌어둔 격차가 세대 교체마다 자동으로 유지되지는 않는다는 신호다.

셋째, 원가가 다른 산업을 누르고 있다. 메모리 가격 상승은 PC·스마트폰 제조원가로 넘어간다. 삼성전자 2분기 DX부문은 부품 원가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줄었다. 같은 회사 안에서도 한쪽의 호황이 다른 쪽의 부담이 된다.

넷째, 이익률에는 천장이 있다. 영업이익률 76%는 정상적인 제조업 숫자가 아니다. 공급 부족이 만든 값이고, 공급이 풀리면 가장 먼저 되돌아오는 숫자이기도 하다.

이 편에서 확인한 것

HBM은 기술 경쟁에서 이겨서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팔리지 않는 제품을 10년 동안 놓지 않은 결과에 가깝다. 그 판단은 옳았고, 보상은 실제로 왔다.

다만 보상이 영구적이지 않다는 것도 같이 확인된다. 점유율은 69%에서 58%로 내려왔고, 다음 세대의 첫 출하는 경쟁사가 가져갔다. 지금 이 산업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HBM 세대 순위가 아니라 공급 부족이 언제 풀리는가다. 그 답은 팹 리드타임에 있다. 신규 팹의 의미 있는 공급 확대가 예상되는 시점 가운데 하나로 2028년이 거론되지만, 수요가 함께 늘면 그때도 부족이 끝난다는 보장은 없다.

자주 묻는 것

Q. HBM은 SK하이닉스가 혼자 만든 기술인가?

개발과 최초 양산은 SK하이닉스가 했지만 출발은 AMD의 요청이었다. 2010년 AMD와 함께 표준을 제안했고 2013년 JEDEC이 채택했다. 고객사와 함께 만든 맞춤형 제품이라는 성격이 초기부터 있었다.

Q. 점유율이 떨어졌는데 실적은 왜 사상 최대인가?

시장 자체가 훨씬 빠르게 커졌기 때문이다. 점유율은 비율이고 실적은 금액이다. 파이가 커지는 국면에서는 비중이 줄어도 금액은 늘 수 있다. 두 숫자를 같은 방향으로 읽으면 판단이 어긋난다.

Q. 사이클이 끝나는 신호는 무엇을 보면 되나?

실무적으로는 월간 수출 증가율과 메모리 계약가격을 기업 실적보다 먼저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사이클마다 선행 순서는 달라질 수 있으므로 세 지표를 함께 보는 편이 안전하다.

Q. 이 시리즈에서 개별 종목을 추천하나?

하지 않는다. 산업 구조와 사이클 위치를 읽는 방법을 정리하는 시리즈다. 판단은 읽는 쪽에 넘긴다.

다음 편 예고

반도체가 공급 부족으로 값이 오른 산업이라면, 다음 편은 공급 부족이 아예 납기로 굳어버린 산업이다. 변압기 한 대를 받는 데 실제로 얼마가 걸리는지, 그리고 그 시간이 언제 짧아질지를 숫자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이 편에서 더 파고들었으면 하는 지점이 있으면 댓글로 남겨 주세요. 아래 시리즈 목록에서 다른 편으로도 이어 보실 수 있습니다.

「제조업 신중흥기」 시리즈 (전 8편)

0편 한국은 왜 다시 ‘만드는 나라’가 되었나

1편 반도체 — HBM은 기술이 아니라 10년의 인내였다 (현재 글)

2편 전력기기 — 변압기 한 대를 받는 데 3년 (발행 예정)

3편 원자력 — 끊기지 않은 공급망의 값 (AI슈퍼사이클 4편 참고)

4편 조선 — 점유율에서 지고도 이기는 법 (발행 예정)

5편 방산 — 납기가 무기가 된 시장 (발행 예정)

6편 리스크 — 신중흥기를 끝낼 수 있는 네 가지 (발행 예정)

7편 전환 — 사이클을 읽는 세 개의 지표 (발행 예정)

참고한 자료

· 카운터포인트리서치 — 전세계 D램 및 HBM 시장 점유율 분기별 데이터 — counterpointresearch.com

· SK하이닉스 뉴스룸 — 2026년 2분기 경영실적 발표 — news.skhynix.co.kr

· 삼성전자 뉴스룸 — HBM4 양산 출하(2026.2.12), 2026년 2분기 실적 발표 — news.samsung.com

· 산업통상부 — 2026년 7월 수출입 동향 — motie.go.kr

· SK하이닉스 뉴스룸 — HBM3 개발 및 HBM 연혁 관련 기술 자료

· 트렌드포스 — D램 시장 내 HBM 매출 비중 전망 (언론 인용)

· 뉴시스 · 전자신문 · 디일렉 — HBM4 양산 경쟁 및 실적 컨퍼런스콜 보도

· 딜사이트 — CXMT 증설 및 추격 현황 보도

본문의 모든 수치는 2026년 8월 확인 시점 기준이며, 이후 갱신될 수 있습니다. 전망치는 본문에 별도로 표기했습니다.

본 글은 일반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종목·상품의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개인 상황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 있으니 전문가 상담을 권합니다.

글쓴이 Hoony

현 사업가, 증권사 출신. Hoonyspot은 재테크·AI와 IT·영화와 드라마를 가능한 직접 경험하고 검증한 내용만 정리하는 라이프 매거진입니다. 이 글에 적힌 수치·정책 조건은 발행 시점 기준이며, 변동될 수 있습니다.

글쓴이 Moneygrammar

Moneygrammar는 기업 공시, 정부·공공기관 자료와 경제지표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직접 계산해 금융·경제 이슈를 이해하기 쉽게 정리합니다. 본문의 수치와 제도는 발행 시점 기준이며 이후 변경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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