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의 결론 먼저
낼 세금이 있고 비상자금과 고금리 대출이 정리된 상태라면, 연금저축·IRP 900만원 한도가 먼저다. 비과세 저축성보험은 그 뒤에 붙는 선택지다. 아래는 그 순서가 왜 그렇게 되는지에 대한 계산이다.
증권사에 있던 시절 가장 자주 받은 질문이 연금저축이었다. 요즘 들어오는 질문도 결이 비슷하다. “연 단리 7~8%에 세금도 건강보험료도 없는 연금이 있다는데 어떠냐”는 식이다.
숫자만 보면 솔깃하다. 그런데 조건을 하나씩 따라가면 그림이 달라진다. 이런 설명에 등장하는 상품은 대체로 새 제도가 아니다. 소득세법 비과세 요건에 맞춰 설계된 민간 보험이다. 연금저축과 나란히 놓고 계산해 봤다.
계산은 수익률이 아니라 세액공제에서 시작된다
연금저축을 볼 때 첫 기준은 수익률이 아니다. 세액공제다. 연금저축 단독 한도는 연 600만원이다. 여기에 IRP를 더하면 900만원까지 공제 대상이 된다.
공제율은 총급여 5,500만원 이하면 16.5%다. 초과하면 13.2%로 내려간다. 사업소득자는 종합소득금액 4,500만원이 같은 기준선이다. 900만원을 채운 5,500만원 이하 근로자는 최대 148만 5천원을 공제받는다.
여기에 조건을 하나 붙여야 한다. 세액공제는 낼 세금이 있어야 돌아온다. 결정세액이 공제 대상액보다 적으면 최대치를 다 받지 못한다. 면세점 근처 소득이라면 효과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그래서 “확정 수익”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다만 한도를 넘겨 납입한 금액은 다음 해로 이월해 공제받을 수 있다.
흔한 오해 하나도 짚는다. “소득이 높을수록 많이 돌려받는다”는 말은 틀렸다. 오히려 5,500만원 이하 구간의 공제율이 더 높다. “연금저축 900만원”이라는 표현도 부정확하다. 연금저축 단독은 600만원이고, 900만원은 IRP를 합쳐야 나오는 숫자다.

“연 7~8%”는 무엇 대비 7%인가
보험 상품에서 수익률 표기는 기준이 하나가 아니다. 납입원금 대비로 쓰기도 하고, 사업비를 뗀 뒤 남은 적립금 대비로 쓰기도 한다. 장기유지보너스를 더한 값을 앞세우는 경우도 있다. 같은 7%라도 실제로 손에 남는 돈은 크게 달라진다.
확인하는 방법은 하나다. 가입설계서의 연차별 해지환급률표를 펴는 것이다. 총 납입액과 경과 연차별 환급금이 숫자로 적혀 있다. 그 표가 실제 수익률이고, 나머지는 설명이다. 설계사가 제시한 예시 이율과 이 표가 어긋나면 표를 믿는 편이 맞다.
저축성보험은 초기 납입금에서 계약체결비용과 관리비용을 먼저 뗀다. 설계사 모집수수료가 여기 들어간다. 2019년 10월 국회에 제출된 금융감독원 자료에서, 3대 생명보험사 대표 저축보험의 총사업비는 평균 7.4%였다. 해지환급금이 원금에 도달하는 시점은 가입 후 약 7년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건 2019년 당시 특정 상품을 분석한 결과다. 지금 판매되는 상품은 사업비와 환급률 구조가 다르다. 그래서 남의 평균이 아니라 내가 받은 설계서를 봐야 한다.
유지율도 참고할 만하다. 금융감독원 집계에서 2024년 기준 37회차(약 3년) 유지율은 54.2%였다. 61회차(약 5년)는 46.3%였다. 절반 넘는 계약이 5년을 못 넘긴다는 뜻이다. 비과세 요건인 10년까지 가는 비중은 더 줄어든다.
높은 연금액의 재원은 어디서 나오나
시중 금리보다 높은 연금액을 제시하는 상품은 운용 수익만으로 그 차이를 만들지 않는다. 중도해지자와 조기 사망자에게 덜 지급한 몫을 남은 가입자 쪽으로 돌리는 설계가 함께 쓰인다. 톤틴형·저해지형 연금이 대표적이다. 오래 유지하고 오래 살아야 유리하고, 중간에 나가거나 일찍 사망하면 불리한 구조다. 해지환급률표를 예시 이율보다 먼저 봐야 하는 이유다.
비과세는 새 제도가 아니라 원래 있던 세법 요건이다
“5년 납입, 10년 유지”라는 조건이 등장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소득세법 시행령 제25조가 정한 저축성보험 비과세 요건과 그대로 겹친다. 월적립식은 계약기간 10년 이상, 납입기간 5년 이상, 월 보험료 합계 150만원 이하다. 일시납은 납입보험료 합계 1억원 이하에 10년 유지다.
여기서 자주 틀리는 지점이 계약 시점이다. 월 150만원 한도는 2017년 4월 1일 이후 체결한 계약부터 적용된다. 그 이전 계약에는 월 한도가 없었다. 일시납 한도도 2013년에 2억원으로 처음 생겼다가 2017년에 1억원으로 줄었다.
| 계약 체결 시점 | 일시납 | 월적립식 |
|---|---|---|
| 2013.2.15. 이전 | 10년 유지 (금액 한도 없음) | 10년 유지 |
| 2013.2.15.~2017.3.31. | 10년 유지 + 2억원 이하 | 10년 유지 (월 한도 없음) |
| 2017.4.1. 이후 | 10년 유지 + 1억원 이하 | 10년 유지 + 납입 5년 이상 + 월 150만원 이하 |
근거: 소득세법 시행령 제25조 · 2026년 8월 기준
한도는 계약자 단위로 합산된다. 보험사를 여러 곳으로 나눠 가입해도 합쳐서 따진다. 조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law.go.kr)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순서는 이렇게 잡는다
두 상품은 정반대의 거래다. 연금저축은 “지금 공제받고 나중에 낸다”. 저축성보험은 “지금 혜택 없고 나중에 안 낸다”. 어느 쪽이 큰지는 공제율과 나중 세율을 비교하면 방향이 잡힌다.
연금저축에서 연금을 받을 때 세율은 만 55~69세 5.5%, 70~79세 4.4%, 80세 이상 3.3%다. 2026년부터 하나가 더 생겼다. 사망할 때까지 받고 중도해지가 불가능한 종신형으로 수령하면, 나이와 관계없이 3.3%가 적용된다. 종전 4.4%에서 내려간 것이다. 세제적격 계좌인 연금저축·IRP에 해당하는 규정이다.
| 항목 | 연금저축·IRP | 비과세 저축성보험 |
|---|---|---|
| 납입 시 | 세액공제 13.2~16.5% (결정세액 한도 내) | 혜택 없음 |
| 수령 시 | 연금소득세 3.3~5.5% (종신형 3.3%) | 요건 충족 시 비과세 |
| 연 한도 | 공제 900만원 (납입 1,800만원) | 월 150만원 / 일시납 1억원 |
| 초기 손실 | 펀드형은 시장 변동 | 사업비 선차감으로 초기 원금 미달 |
| 중도 유동성 | 연금저축은 사유 제한 없이 부분 인출 가능 IRP는 법정 사유가 있어야 인출 가능 |
10년 미만 해지 시 손실 + 과세 |
| 건강보험료 | 현재 부과 대상 아님 | 현재 부과 대상 아님 |
기준: 2026년 8월 · 출처: 국세청, 기획재정부, 소득세법 시행령,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시행령
순서를 정할 때 연금계좌보다 앞에 두어야 할 것도 있다. 3개월치 생활비 수준의 비상자금, 그리고 금리가 높은 대출이다. 연 10%대 신용대출을 두고 16.5% 공제를 노리는 계산은 잘 서지 않는다. IRP는 법정 사유가 없으면 중도 인출이 막히니, 여유자금 성격이 아니면 부담이 된다.
그러면 저축성보험이 유효한 사람은 누구인가. 범위가 생각보다 좁다. 연금저축·IRP 한도를 이미 채웠고, 나중에 받을 과세대상 연금이 연 1,500만원을 넘길 것 같으며, 10년 이상 자금을 묶어둘 수 있는 경우다. 세 조건이 동시에 맞을 때 계산이 선다. 관련해서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을 다시 확인해야 하는 이유도 함께 보면 도움이 된다.
1,500만원 기준은 범위를 좁혀서 봐야 한다. 모든 연금 수령액을 더하는 게 아니다. 세액공제를 받은 납입액과 그 운용수익에서 나온 연금소득만 센다.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 퇴직금 재원 연금,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원금은 빠진다. 이 과세대상 금액이 1,500만원을 넘으면 초과분이 아니라 전액에 대해 종합과세와 16.5% 분리과세 중 하나를 고르게 된다.

톤틴형 연금의 “38% 증액”을 뜯어보면
2026년 1월 신한라이프가 국내 첫 톤틴형 연금보험을 내놨다. 이보다 앞서 금융위원회가 2025년 3월 보험산업 미래대비 방안에서 일반 연금 대비 최대 38% 증액이라는 기대효과를 제시했다. 여기서 짚을 게 있다. 이 38%는 정책 자료상 가정에 따른 수치다. 특정 상품이 보장하는 확정 수익률이 아니다.
구성을 보면 순수 톤틴 효과는 약 2%포인트다. 나머지 36%포인트는 저해지 구조에서 나온다. 저해지는 사망하거나 중도해지할 때 받는 돈을 줄이는 설계다. 실제 출시된 상품도 10년 안에 해지하면 납입보험료의 50%만 돌려준다.
“오래 살수록 더 받는다”는 설명은 절반만 맞다. 실제로는 “중간에 나가면 크게 잃는다”에 가깝다. 상속 의사가 없고 중도해지 가능성이 사실상 없는 사람에게만 계산이 맞는 상품이다.
잘 안 알려진 변수, 건강보험료
“연금 받으면 건보료 오른다”는 말이 널리 퍼져 있다. 이건 공적연금 이야기다. 건강보험료가 붙는 연금은 국민연금·공무원연금 등 5대 공적연금이고, 지역가입자는 그 소득의 50%가 반영된다.
연금저축과 IRP에서 받는 사적연금은 현재 건보료 부과 대상이 아니다. 비과세로 받는 저축성보험 연금도 마찬가지다. 사적연금을 함께 쌓아두는 쪽이 노후 건보료 관리에 유리한 이유다. 다만 제도는 바뀔 수 있어 국민건강보험공단(nhis.or.kr) 기준을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가입 전 확인할 것들
저축성보험을 검토한다면 상품설명서에서 네 가지를 먼저 본다. 연차별 해지환급률표, 사업비 공시, 최저보증이율, 공시이율 변동 이력이다. 생명보험협회 공시실에서 회사별 비교도 가능하다.
“곧 없어진다”, “이번 달까지만” 같은 화법이 나오면 한 박자 멈추는 게 낫다. 금융감독원이 절판마케팅 관련 주의보를 여러 차례 냈다.
이미 가입했더라도 방법은 있다. 청약철회는 증권을 받은 날부터 15일과 청약일부터 30일 중 먼저 오는 날까지 가능하다. 만 65세 이상이 전화로 가입한 계약은 45일이다. 건강진단을 받은 계약이나 보험기간 90일 이내 계약은 철회가 제한된다. 자필서명 누락, 약관 미교부, 설명의무 위반에 해당하면 품질보증해지로 계약 성립일부터 3개월 안에 취소할 수 있다. 절차는 금융감독원(fss.or.kr)에서 안내한다.


자주 묻는 질문
Q. 연금저축에 900만원 넣으면 전부 공제되나요?
아닙니다. 연금저축 단독 한도는 600만원이고, 900만원은 IRP를 합쳐야 나오는 숫자입니다. 또 세액공제는 결정세액 범위 안에서 적용되므로, 낼 세금이 적으면 최대 공제액을 다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Q. 연금이 1,500만원을 넘으면 초과분에만 16.5%인가요?
아닙니다. 분리과세를 선택하면 과세대상 연금소득 전액에 16.5%가 적용됩니다. 다만 이 1,500만원은 세액공제를 받은 납입액과 운용수익에서 나온 연금만 계산합니다. 공적연금과 퇴직금 재원 연금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Q. 보험은 10년만 유지하면 무조건 비과세인가요?
계약 시점에 따라 다릅니다. 2017년 4월 1일 이후 체결한 월적립식 계약은 10년 유지에 더해 납입기간 5년 이상, 월 보험료 합계 150만원 이하 요건을 함께 채워야 합니다. 그 이전 계약은 적용 기준이 달라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Q. 연금저축과 IRP, 급할 때 꺼내 쓸 수 있나요?
연금저축은 사유 제한 없이 부분 인출이 가능합니다.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원금은 과세되지 않고, 세액공제분과 운용수익에는 기타소득세 16.5%가 붙습니다. IRP는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 6개월 이상 요양, 개인회생·파산 등 법정 사유가 있어야 인출할 수 있고, 그 밖에는 계좌 전체를 해지해야 합니다.
Q. 종신형으로 받으면 세금이 줄어든다고 하던데요?
2026년 1월 1일 이후 수령분부터, 사망할 때까지 받고 중도해지가 불가능한 종신계약은 나이와 관계없이 3.3%가 적용됩니다. 종전 4.4%에서 낮아졌습니다. 대신 중간에 해지할 수 없다는 조건이 붙습니다.
핵심 요약
- 연금저축 단독 600만원, IRP 합산 900만원이 세액공제 한도다
- 공제율은 5,500만원 이하 16.5%, 초과 13.2%이며 결정세액 범위 안에서 적용된다
- “연 7%”를 만나면 무엇 대비인지, 해지환급률표로 확인한다
- 월 150만원 비과세 한도는 2017년 4월 1일 이후 계약부터 적용된다
- 1,500만원 기준은 세액공제분과 운용수익만 계산한다
- 2026년부터 종신형 수령은 나이와 무관하게 3.3%다
- 연금저축·IRP 수령액에는 현재 건강보험료가 붙지 않는다
마무리
연금 상품에서 어려운 건 수익률 예측이 아닙니다. 조건이 생략된 채 숫자만 전달되는 상황입니다. “연 7%”는 무엇 대비인지, “비과세”는 어떤 요건을 채워야 하는지, “10년”은 왜 하필 10년인지를 확인하면 판단이 크게 달라집니다.
지금 연금저축 한도를 어디까지 채우고 계신가요. 소득 구간과 나이대에 따라 계산이 달라지는 부분이 있어서, 댓글로 상황을 남겨주시면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연금계좌에 무엇을 담을지 고민 중이시라면 연금저축펀드로 담을 ETF 고르는 기준도 이어서 보시면 좋습니다.
본 글은 일반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종목이나 상품의 가입을 권유하지 않습니다. 개인 상황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 있으니 전문가 상담을 권합니다. 세법 한도와 세율은 2026년 8월 기준이며 개정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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