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동박 시리즈 · 1편 (산업 입문)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전지박’, ‘회로박’, ‘HVLP’. 종목 추천 대신 산업의 무게중심이 어디로 옮겨가는지부터 풀어드립니다. 이 글을 읽으면 앞으로 동박 관련 뉴스가 다르게 보입니다.
1. 동박이라는 소재 — 같은 구리, 다른 쓰임
동박은 용도에 따라 수 마이크로미터 수준까지 얇게 만든 구리막입니다. 황산구리 용액에 전류를 흘려 회전하는 드럼 표면에 구리를 입히는 ‘전해(電解)’ 방식으로 만듭니다. 그리고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전지박 — 2차전지(배터리) 음극에 들어가는 동박. 전기차·ESS 배터리용으로, 그동안 이 회사 매출의 중심이었습니다.
- 회로박 — 인쇄회로기판(PCB)의 핵심 소재인 동박적층판(CCL)에 쓰이는 동박. 전자기기에서 ‘신호가 다니는 길’을 만듭니다.

2. 왜 지금 AI가 동박을 끌어올렸나 — 키워드는 ‘HVLP’
AI 가속기와 데이터센터 서버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손실 없이 주고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회로 표면이 거칠면 고주파 대역에서 신호가 손실됩니다. 이른바 표피효과(skin effect)로 알려진 현상입니다. 그래서 표면 거칠기를 극단적으로 낮춘 초극저조도 동박, 이른바 HVLP 동박이 주목받게 됐습니다. 고성능 AI 서버와 라우터·스위치 같은 네트워크 장비의 고속 PCB에 사용됩니다.밸류체인 한 줄 정리 동박 → CCL(동박적층판) → PCB(인쇄회로기판) → AI 가속기·서버. 한국에서는 두산 전자BG가 톱티어 CCL을 만들고, 그 핵심 원재료인 고사양 회로박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공급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3. 일본 과점이 흔들리는 ‘틈’
고사양 HVLP 회로박 시장에서는 일본 미쓰이금속이 강한 지배력을 갖고 있습니다. 미쓰이금속은 2026년 1월 자료에서 HVLP2 이상 고사양 VSP 제품의 자사 점유율을 약 60%로 추정했습니다. 나머지 40%를 놓고 일본·대만 업체들이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 미쓰이 측 설명입니다.- AI 수요 급증으로 미쓰이가 가격을 인상하고 공급을 제한하기 시작했다는 점
- 빅테크·CCL 업체들의 공급처 다변화(벤더 다변화) 요구가 강해졌다는 점
4.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던진 주사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공시와 설명회를 통해 던진 카드는 명확합니다.- 국내 유일 회로박 기지인 전북 익산공장에 약 500억 원을 투자해, 전지박 라인을 회로박 라인으로 100% 전환하는 시점을 2028년에서 2027년으로 1년 앞당겼다는 점.
- 회로박 생산능력 로드맵: 2025년 3,700톤 → 2026년 약 6,700톤 → 2027년 1.6만 톤 목표. 2026년 7월에는 2027년 상반기까지 회로박 생산능력을 4배 이상 확장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 국내 CCL 고객사와 차세대 AI 가속기용 HVLP4 공급을 추진 중. 증권가에서는 이를 글로벌 AI 가속기 공급망 확대와 연결해 보고 있습니다.
- ESS·BBU(배터리백업유닛)·전동공구용 전지박은 북미 수요 확대로 별도 회복 축. 전기차 의존도를 낮추는 ‘투트랙’.
짚고 넘어갈 이야기
이런 ‘무게중심 이동형’ 스토리는 두 가지로 갈립니다. 하나는 가이던스만 화려하고 양산·매출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 다른 하나는 실제 분기 매출에 회로박 비중이 또박또박 찍히는 경우. 핵심 체크포인트는 단순합니다 — 분기마다 회로박 매출이 얼마나 늘고 있는가, 익산공장 가동률이 회복되고 있는가. 화려한 슬라이드보다 이 두 줄의 숫자가 훨씬 정직합니다.

5. 숫자로 보는 현재 위치
가이던스보다 정직한 게 실적입니다. 회사가 공시한 최근 3개년 흐름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기간 |
매출액 |
영업이익(손실) |
비고 |
|
2024년 |
약 9,023억 원 |
-644억 원 |
사업보고서 확정 (당기순이익 +288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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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
약 6,775억 원 (-24.9% YoY) |
-1,452억 원 |
적자 확대 |
|
2026년 1분기 |
약 1,598억 원 |
-50억 원 |
재고평가 환입 등 일회성 요인 반영 |
|
2026년 2분기 |
약 1,942억 원 (전분기比 +21.5%) |
-169억 원 |
전년 동기比 적자 45.7% 축소 |
6. 함께 봐야 할 리스크
- 적자 지속 — 2분기에 적자 폭이 다시 커졌습니다. 흑자 전환은 기대이지 확정이 아니며, 가동률과 하이엔드 제품 수율이 변수입니다.
- AI 수요 변동성 — 회로박 시나리오의 전제는 AI 투자 지속입니다. AI 과잉투자 논쟁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전방 산업의 변동성은 상존합니다.
- 전환 실행 리스크 —라인 전환과 증설은 계획이고, 양산 수율과 고객사 최종 승인이 실제 숫자로 이어져야 합니다.
- 수급·재무 이벤트 — 주요 주주의 인수금융 만기 등 자본 이벤트가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핵심 요약
① 동박은 ‘전지박(배터리) vs 회로박(PCB)’으로 갈린다 → ② AI 데이터센터가 고사양 회로박(HVLP) 수요를 끌어올렸다 → ③ 일본 미쓰이 과점에 벤더 다변화의 틈이 열렸다 → ④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전지박 중심에서 회로박+ESS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중 → ⑤ 1Q26 적자 89% 축소됐지만 흑자전환은 2026년 4분기~2027년이 분수령.
자주 묻는 질문
동박 산업을 처음 접하는 분들이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 네 가지를 정리했습니다.먼저 동박과 회로박이 다른 것이냐는 질문이 가장 많습니다. 회로박은 동박의 한 종류입니다. 같은 동박이라도 배터리 음극에 쓰면 전지박, PCB 회로에 쓰면 회로박으로 나뉜다고 보면 됩니다.
두 번째는 HVLP가 무슨 뜻이냐는 질문입니다. 표면을 매우 매끈하게(초극저조도) 만든 고사양 회로박을 가리킵니다. 고주파 대역의 전송 손실을 줄여주기 때문에 AI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의 고속 PCB에 사용됩니다.
세 번째로 자주 들어오는 질문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이미 흑자전환했느냐입니다. 아직입니다. 2026년 2분기 영업손실은 16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로는 45.7% 줄었지만 1분기(50억 원 손실)보다는 적자가 커졌습니다. 2분기 발표 이후 증권가는 본격적인 턴어라운드 시점을 2027년으로 보는 시각이 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사도 되느냐는 질문이 빠지지 않습니다. 이 글은 산업 이해를 돕는 정보 콘텐츠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적자가 이어지고 있고 AI 수요 지속이라는 큰 가설이 깔려 있는 만큼, 매수 여부는 최신 공시와 본인의 투자 기준으로 직접 판단하셔야 합니다.
글쓴이 Hoony
증권사 출신, 현 사업가. Hoonyspot은 재테크·정부정책·OTT·IT를 직접 경험하고 검증한 내용만 정리하는 라이프 매거진입니다. 이 글에 적힌 수치·정책 조건은 발행 시점 기준이며, 변동될 수 있습니다.
📚 AI산업 분석 및 추적
동박 산업의 ‘지도’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2편에서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사업구조 전환을 실적·밸류체인·증권가 컨센서스 중심으로 더 깊게 파봅니다. 동박 3사(롯데EM·솔루스·SK넥실리스) 비교가 궁금하시면, 어떤 회사가 가장 궁금한지 댓글로 남겨주세요. 다음 편 순서에 반영하겠습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산업·기업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의 최종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