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22일 한국은행이 14일물 RP로 34조원을 공급했다. 그런데 같은 날, 2주 전에 공급한 33조원이 만기를 맞았다. 정례 RP 잔액만 놓고 보면 새로 늘어난 돈은 1조원 안팎이고, 공급 금리는 8월에 올린 기준금리와 똑같은 3.00%였다.
💡 머니그래머 해석
유동성의 양은 공급했지만, 유동성의 가격은 3.00%에 묶어뒀다. 이번 RP매입을 금리 인하나 완화 전환의 신호로 읽을 근거는 공개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9월 22일 RP 34조원 입찰, 숫자부터 확인
한국은행은 9월 22일 14일물 RP매입 경쟁입찰에서 34조원을 예정했고, 35.62조원이 응찰해 34조원 전액이 낙찰됐다. 평균 낙찰금리는 3.00%, 환매일은 10월 6일이다. 앞선 두 번의 화요일 입찰과 나란히 놓으면 흐름이 보인다.
| 입찰일 | 낙찰액 | 응찰액 | 응찰률 | 평균금리 | 환매일 |
|---|---|---|---|---|---|
| 9월 8일 | 33조원 | 33.97조원 | 약 103% | 3.00% | 9월 22일 |
| 9월 15일 | 17조원 | 19.17조원 | 약 113% | 3.00% | 9월 29일 |
| 9월 22일 | 34조원 | 35.62조원 | 약 105% | 3.00% | 10월 6일 |
📌확정 · 출처: 한국은행 공개시장운영 공지(RP매입 실시 결과) · 응찰률은 응찰액÷낙찰액으로 머니그래머 계산 · 확인일 2026-09-23
표에서 눈여겨볼 칸은 첫 줄의 환매일이다. 9월 8일에 공급한 33조원이 정확히 9월 22일에 돌아오게 돼 있었다. 응찰률도 103%, 113%, 105%로 9월 22일만 수요가 몰렸다고 보기 어렵다.
33조원 만기와 겹친 날, 새로 푼 돈은 얼마인가
화요일마다 14일물을 공급하는 구조라, 어느 시점이든 정례 RP는 두 묶음이 겹쳐 있다. 9월 22일 하루를 장부처럼 적어보면 이렇다.
🔎분석 · 정례 14일물 RP매입 잔액 단순 계산
| 9월 22일 직전 잔액 (9/8분 33조 + 9/15분 17조) | 50조원 |
| 9월 8일분 만기 회수 | −33조원 |
| 9월 22일 신규 공급 | +34조원 |
| 9월 22일 이후 잔액 | 51조원 (순증 +1조원) |
정례 RP매입만 따로 떼어낸 계산이다. 한국은행 전체 유동성의 순증가액이 아니다.
“34조원을 공급했다”는 문장은 사실이다. 다만 34조원을 순증액으로 받아들이면 실제 정례 RP 잔액 변화와 크게 다른 인상을 받게 된다. 실제 움직임은 33조원을 34조원으로 갈아 끼운 것에 가깝다.
반대 방향 거래도 동시에 걸려 있었다. 한국은행은 9월 17일 목요일에 0.5조원 규모의 RP를 매각해 유동성을 흡수했고, 이 거래의 환매일은 9월 23일이었다. 34조원을 공급한 그 시점에 다른 창구에서는 돈을 거둬들이고 있었던 셈이다. 여기에 통화안정증권, 국고 자금 이동, 화폐 발행, 은행의 지급준비금 수요까지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RP 한 건으로 시중 유동성 전체를 판단할 수는 없다.

RP매입은 14일 뒤 되돌아오는 단기 유동성 공급
RP(환매조건부채권)매입은 한국은행이 은행·증권사 등이 가진 국채 같은 채권을 사들이면서, 정해진 날 되팔기로 약속하는 거래다. 채권을 산 대가로 금융기관에 지급준비금이 들어가니 유동성 공급이 맞다. 다만 14일 뒤 거래가 끝나면 그 돈은 이자와 함께 한국은행으로 돌아온다.
경제적 효과는 채권을 담보로 2주짜리 단기 자금을 공급하는 것과 비슷하다. 돌려받는 날짜가 처음부터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중앙은행이 채권을 장기간 보유하는 양적완화와는 성격이 다르다.
기준금리 3%를 올려놓고 RP로 돈을 공급하는 이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8월 27일 기준금리를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올렸다. 7월에 2.50%에서 2.75%로 올린 데 이은 두 달 연속 인상이다. 금통위는 수출 호조와 내수 회복으로 성장세가 예상보다 높고, 물가상승률도 상당 기간 목표를 웃돌 것으로 봤다.
금리를 올린 중앙은행이 한 달 만에 34조원을 공급하는 게 모순처럼 보이는 이유는, 두 가지 다른 결정을 하나로 보기 때문이다.
| 구분 | 기준금리 | 공개시장운영 (RP매입·매각) |
|---|---|---|
| 정하는 것 | 돈의 가격 (정책 방향) | 돈의 양 (그날그날 수급) |
| 결정 주기 | 금통위 (연 8회) | 매주 화요일 공급 · 목요일 흡수 |
| 목표 | 물가·성장·금융안정 | 콜금리를 기준금리 근처에 붙여두기 |
기준금리를 3.00%로 정해도, 은행 사이에서 하루짜리 돈을 빌리는 콜시장 금리가 항상 정확히 3.00%가 되지는 않는다. 금융기관의 지급준비금이 부족하면 기준금리를 웃돌 수 있고, 여유가 커지면 밑돌 수 있다. 한국은행은 RP매입·RP매각·통화안정계정으로 지준 규모를 조절해 콜금리가 기준금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운용한다. 공급과 흡수는 방향이 반대지만 목적은 같다.
RP 낙찰금리가 기준금리를 따라 움직였다는 점도 이 운영 체계와 일치한다. 기준금리가 바뀔 때마다 RP 공급 금리가 계단처럼 같이 올라갔다.
| RP매입일 | 공급 규모 | RP 금리 | 당시 기준금리 |
|---|---|---|---|
| 6월 8일 (15일물) | 31조원 | 2.50% | 2.50% |
| 8월 4일 (14일물) | — | 2.75% | 2.75% ▲ |
| 9월 8·15·22일 (14일물) | 33·17·34조원 | 3.00% | 3.00% ▲ |
📌확정 · 출처: 한국은행 공개시장운영 공지, 연합인포맥스(6월 8일 입찰), 한국은행 통화정책방향(2026년 7월·8월) · 확인일 2026-09-23
6월에 31조원을 공급할 때도 RP 금리는 당시 기준금리 수준이었다. 30조원대 공급이 이번에 처음 나온 규모가 아니라는 뜻이다.
여기서 한 가지는 짚고 가야 한다. 정례 RP매입은 기준금리 이상을 최저입찰금리로 두는 구조다. 낙찰금리가 기준금리와 같게 나오는 건 상당 부분 제도 설계의 결과이고, 그래서 RP 금리 하나만으로 통화정책 방향을 읽기는 어렵다. 방향을 알려주는 신호는 RP 입찰이 아니라 8월 금통위의 인상 결정이 이미 줬다. 이번 거래가 완화 전환의 신호인지 보려면 금통위 결정, 콜금리, 지급준비금 수급, RP 공급 규모가 계속 불어나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화요일 공급·목요일 흡수, RP매입이 정례 업무가 된 배경
예전 한국은행의 기본 자세는 ‘흡수’였다. 시중에 돈이 늘 넘쳤기 때문에 RP매각과 통화안정증권 발행으로 거둬들이는 게 주된 일이었고, RP매입은 위기 때나 꺼내는 카드로 여겨졌다.
그 전제가 바뀌었다. 해외 부문을 통해 들어오던 지급준비금 공급이 줄고, 한국은행과 국민연금 간 외환스왑도 지준을 줄이는 쪽으로 작용했다. 흡수 수단인 통화안정증권 발행 잔액이 2015년 말 180.9조원에서 2024년 말 115.7조원으로 줄어든 것도 같은 흐름이다(파이낸셜뉴스 2025년 4월 30일 보도 기준). 여기에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은행이 쌓아야 할 지급준비금 수요는 늘었다.
한국은행은 2025년 7월 공개시장운영 체계를 개편해 화요일에는 14일물 RP매입으로 공급하고, 목요일에는 RP매각·통화안정계정으로 흡수하는 양방향 조절을 정례화했다. 지금의 RP매입은 이 틀 안에서 매주 돌아가는 일상 업무다.
시장안정 RP와 정례 RP는 같은 34조원이 아니다
한국은행이 위기 대응으로 RP를 산 적은 분명히 있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직후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임시 금통위를 열고 비정례 RP매입으로 유동성을 공급했다. 그때는 ‘시장안정화 조치’라는 목적을 따로 밝혔다.
| 구분 | 시장안정 RP (2024년 12월) | 정례 RP (2026년 9월 22일) |
|---|---|---|
| 계기 | 임시 금통위 의결 | 매주 화요일 정례 입찰 |
| 목적 공표 | 시장안정화 조치로 명시 | 별도 목적 공표 없음 |
| 성격 | 충격 대응용 추가 공급 | 만기분 교체 + 수급 조절 |
한 가지 더 조심할 연결고리가 있다. 한국은행은 같은 9월 22일에 「금융안정 상황(2026년 9월)」 기자설명회를 열었다. 날짜가 겹쳤다고 해서 “금융불안 때문에 34조원을 긴급 공급했다”고 쓸 수는 없다. 한국은행이 이번 RP매입을 금융안정 대응이라고 설명한 자료는 확인되지 않는다. 금융안정 보고서는 배경으로 읽고, RP매입의 원인으로 엮지 않는 게 맞다.

다음 2주, 확인할 숫자 네 가지
33조원에서 34조원으로 1조원을 늘린 이유가 추석 연휴 전후 자금 수요인지, 분기말 결산 수요인지는 입찰 결과만으로 알 수 없다. 대신 앞으로 나올 숫자로 가늠할 수는 있다.
9월 29일 화요일 입찰 — 9월 15일분 17조원이 만기된다. 교체 규모가 17조원 근처면 평소 흐름, 크게 늘면 수급 변화의 신호다.
목요일 흡수 규모 — 공급만 보지 말고 RP매각·통화안정계정 규모를 같이 봐야 순공급 방향이 보인다.
콜금리 — 기준금리 3.00% 부근에서 안정되는지 본다. 하루이틀의 이탈보다 괴리가 지속되는지, 그때의 지준 수급과 RP·통화안정계정 운용을 함께 봐야 한다.
10월 금통위 — 정책 방향은 RP 입찰이 아니라 여기서 정해진다.
💡 머니그래머 해석
이번 입찰에서 기억할 숫자는 34조원이 아니라 33조원 → 34조원, 기억할 금리는 2.75% → 3.00%다. 앞의 것은 공급이 사실상 교체였다는 뜻이고, 뒤의 것은 공급 가격이 인상된 기준금리를 그대로 따라갔다는 뜻이다. 방향을 정하는 곳은 RP 입찰이 아니라 금통위다.
자주 묻는 질문
Q. 한은이 RP를 사면 대출금리가 내려가나요?
정례 RP매입은 콜금리를 기준금리 부근에 유지하려는 운영이라, 단기금리를 기준금리 아래로 끌어내리는 조치로 보기 어렵습니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방향, 은행채 등 시장금리, 은행별 가산금리의 영향을 더 크게 받습니다.
Q. RP 34조원은 양적완화인가요?
성격이 다릅니다. 양적완화는 채권을 사서 보유하며 장기금리를 낮추는 정책이고, RP매입은 14일 뒤 되파는 조건이 붙은 일시적 자금 공급입니다. 만기가 오면 공급한 돈은 한국은행으로 돌아갑니다.
Q. RP 공급 규모가 크면 금융시장에 문제가 생긴 건가요?
규모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같은 날 만기되는 금액, 응찰률, 한국은행의 목적 공표 여부를 함께 보셔야 합니다. 이번 입찰은 응찰률 약 105%로 평소 범위였고, 시장안정 목적이라는 발표도 없었습니다.

기준금리를 왜 3.00%까지 올렸는지, 그 결정의 배경이 궁금하시다면 2026 하반기 기준금리 3.00% 분석을 먼저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내용이며 개인의 투자·세무·법률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본문의 수치는 확인일(2026년 9월 23일) 기준이며, 실제 판단 전 한국은행 등 최신 공식 자료를 다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참고자료
- 한국은행 공개시장운영 공지 — RP매입 실시 결과(2026.9.8, 9.15, 9.22), RP매각 실시 결과(2026.9.17) · bok.or.kr
- 한국은행 공개시장운영 제도 개편 자료(2025), 2025년도 연차보고서 · bok.or.kr
- 한국은행 통화정책방향(2026년 8월) · bok.or.kr
- 한국은행 블로그 「RP매입을 통한 시장안정화 조치 이해하기」 · bok.or.kr
- 파이낸셜뉴스 「’RP 매입 정례화’ 꺼내든 한국은행」(2025.4.30) · fnnews.com
- 연합인포맥스 「한은 15일물 RP매입 2.50%에 31.00조 낙찰」(2026.6.8) · einfomax.co.kr